부대에 소대장님 아들, 다섯살 현서가 놀러왔다. 여기가 엄연한 군인들의 서식처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뛰어다니기 일쑤이다.
밤이 늦었다. 일석점호가 끝나고 모두가 조용히 취침하는 시간, 소대장님께서는 현서에게 "저 형 따라가서 놀아~"라고 말씀하셨고, 녀석은 날 졸래졸래 따라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좋아한다는 녀석. 난 우리 내무실 컴퓨터에 현서를 앉혔다.
많이 해본듯이 능숙하게 쥬니어네이버를 접속한 녀석. 여차저차하다가 무슨 애니를 틀었다. 한 10분쯤 됐을까, 살짝 민망스럽게도(?) 갑자기 남녀의 키스신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난 현서에게,
"우와, 쟤네들 뽀뽀하네~"
그러자 현서는,
"아니야~형, 쟤네 키쯔하는거야."
키쯔 키쯔 키쯔 키쯔 키쯔
잠시 내 귀를 의심. 키쯔?
"응...? 현서야, 그럼 키쯔랑 뽀뽀는 뭐가 다른거야?"
"흐흐흐...*-_-*"
".........................*-_-*"
요 녀석 애니를 대충 다 보더니 이상한 주사위던지기 플래시 게임을 시작했는데, 주사위 숫자를 못세겠다며 내게 일일이 세달라고 부탁하는 다섯살 꼬마다. 이런 녀석이 벌써 키스랑 뽀뽀를 구별할줄이야....이런 것에 놀라는 내가 고리타분한 구세대인건가?
아, 근데 귀엽다. 문득 이런 아들 하나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30분을 함께 놀고나서 현서는 내게 배꼽인사를 하고는 어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떠났다.
난 애들이 좋다.
옆 책상에 굴러다니는 카메라를 보더니, "형, 나 카메라 하고 싶어."하며 방긋방긋 웃는 녀석.
버튼 누르는 걸 알려주니 고사리손으로 사진을 찰칵 찍어줬다.
종종 놀러와~ 형이, 아니 (군인)아저씨가 놀아줄게!
다섯살 개구쟁이 현서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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