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시간이 참 빠릅니다. 벌써 2학년 1학기가 이렇게 쏜살같이 끝을 향해 달려갔네요.
저도 함께 열심히 뛰었습니다. 사실, 뭐 그다지 열심히 였던 것 같지는 않지만...
작년 엠티 때, 기장이 된 후 05선배들 아무도 없이 06들끼리만 OT공연을 준비하게 된 첫 날. 정말 큰 빈자리를 느꼈습니다. '우리끼리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리고 어쩌다가 총대를 메게 된 것도 후회스럽기도 하고..그랬습니다.결과적으로 공연을 잘 해내서 기분 좋게 그런 기분을 날려버렸지만, 1학기 초에 다시 '그 기분'이 몰려오더군요.
위에서(?) 시키는 건 많고, 다른 사람들은 '너만 믿는다'며 어깨를 툭툭 치고, 저는 그런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모두들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참 그랬어요. 사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며 함께 할 수도 있었지만 뭔가 혼자 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혼자 고군분투..랄 것 까지도 없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한번 많은 고민을 거쳐 07여러분을 모두 뽑았을 때, 그리고 함께 합주를 하게 되었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다들 악기를 처음 잡는다는 것이 왠지 찝찝했고(?), 내일로 예정된 이한열 추모제까지 뭔가를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컸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 '괜한 걱정'에 착잡했습니다.
공연 전 마지막 합주를 마친 오늘 밤,
뿌듯하고도 설레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들 너무나 발전했고, 잘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방구석에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악기를 잡고 연습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기타를 부여잡고 녹초가 된 몸으로 구석에 앉아 버스의 창가를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했던 짧은 시간들이 떠올랐어요.
저번에 지하철 역에서 06들과 07들이 마치 미팅에서 막 헤어지는 것 처럼 번호교환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 그렇게 끈적이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전 작년에 밴드 엠티가서 참 재미있었고, 선배들과도 친해지고 동기들과도 끈끈해졌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게 필요한 듯해요. 아주 절실히.
방학하면...다 함께 가서 정말 재밌게 놀았으면 해요. 저는 정말 고대하고 있으니 모두들 함께 그 날을 기다려봅시다! 일단 시험이 끝나면...제대로 추진하겠습니다.
아까 고맙게도 규일이 형도 와서 우릴 격려해주셨고... 우리 위에는 처음 밴드를 만들고 함께 부대끼며 음악을 느끼던 많은 선배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그 뒤를 이어줄 것이구요, 이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변변한 동아리방도 없이 매번 합주 때 마다 무거운 악기를 메고 낑낑거리며 합주실을 오가는 우리.
가끔은 '제대로 된 동아리에 들었으면 이런 건 안해도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했지만, 이젠 그런 생각도 없습니다.
뭔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라는 기분이 쏠쏠하거든요. pioneer 같다고나 할까?
더 많이 친해지고, 함께 많은 음악을 하면서 단지 플랫폼 성격의 대학에서 그치지 않고 평생 재밌게 알콩달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우리 반 친구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힘들게 무언가를 개척해가고 있는 우리들.
언젠가는,
1X 학번이 훌쩍 넘은 후배들이 기타를 짊어지고 더욱 아름다워진 연세의 캠퍼스를 활보 할 그 때는,
'동아리방'이란 것이 생기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일밴드가 되기를 소망하며 두서없는 한 밤의 끄적임을 줄입니다.
우리 함께 행복해집시다♡
- 잘난 구석없는 대일밴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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