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변했구나. 신형 진압복과 하이바가 방순대까지 서울 모든 중대에 보급된 것 같고, 운명을 같이 하는(?) 격대도 구성하는 중대가 여럿 변한 것 같고... 직원기동대가 많이 창설돼서 '51기동대'라는 현역 때는 못봤던 중대명을 보고 어색하기도 하고...(원래 51중대라는 의경중대도 있다. 일반인은 '51기동대'와 '51중대'의 차이점을 모를듯)
부대깃발에 'XX기동대'라고 되어있으면 그 부대는 정규경찰로 이루어진 직원기동대다. 아무런 한글표식 없이 숫자만 적혀있는 것은 전의경 중대. 내가 시위대라면 난 직원기동대가 더 무서울 것 같다-_-; 가끔, 오마이뉴스같은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XX기동대', 'XX기동단'의 개념을 혼동하고 오기하는 것을 보면 이해도 된다.
옆길로 새서, 현재와 과거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예전에는 '기동단'이라는 큰 틀 안에'1기동대, 2기동대, 3기동대, 4기동대, 특수기동대'가 있었고, 이 '기동대' 안에 여러개의 중대가 소속되어 있었다. 예를들어 표기를 하자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1기동대 1중대'와 같다. 이 당시에는 직원기동대는 거의 없고 전의경으로 구성된 중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조직 편제가 개편된다. '기동단'이 '기동본부'로 ,'기동대'가 '기동단'으로 이름이 변하고(승격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특수기동대는 '5기동단'으로 다른 기동단과 같이 숫자명으로 바뀐다. 아마, 다른 기동단과 큰 차이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특수기동대'라는 어감이 대중에 왜곡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변경한 것 같다. 여하튼, 이런 '기동단' 안에 'XX기동대'라는 여러 직원기동대 중대가 창설된다. 전의경 중대의 중대장 계급이 경감(무궁화 2개)인 반면에, 직원기동대장은 중대장이면서 계급이 경정(무궁화 3개)이다. 보통 전의경 중대와 함께 행동할 때 전의경 중대도 함께 지휘하게 된다. 따라서, 예를 들어 부대명을 표기하자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1기동단 11중대'와 같이 변한다.
'제1기동단' 안에 '1기동대'라는 직원기동대가 속해있다. 또한, 서두의 사례와 같이 '제5기동단'에는 의경중대인 '51중대'와 직원기동대인 '51기동대'가 각각 존재한다.
어쨌든, 예전부터 그래왔다시피 전투경찰대는 많이 해체된 것 같다. 간간히 809중대의 깃발이 보였을 뿐, 예전에 큰 시위 때 근처에서 자주 보던 801과 같은 다른 2기동단 소속 전경대는 보이지 않았다.
장비는 좋아졌지만, 더욱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개개인의 정보전달력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발달되면서 시위진압시에도 다들 조심스러워진 모습이 눈에 보인다. 물론, 내가 있을 때도 그랬지만 가면 갈 수록 이 부분은 더 그러한듯.
몇몇 경력수송버스에는 결국 또 'fta...'이런 비방문구로 페인트 스프레이에 유린됐다. 'Again 2008'을 원하는 걸까. 자신들의, 혹은 부모님의 세금을 쓸데 없이 낭비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니깐 그러겠지. 제 아무리 '민심'이라고 포장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
지금 고생하는 대원들은 또 특별외박의 꿈에 부풀어 지금의 고통을 참아내리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깐. 그나마 직원기동대가 많이 창설된 것이 다행이지 않나 싶다. 옛 기억을 돌이켜볼 때, 간단한 훈련만 해봐도 무슨 예비군 아저씨들 나가리 부대마냥 보였는데, 실전에서는 직원기동대가 더 쓸모(?)있다. 최소한 '힘'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배나온 아저씨들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줄다리기 같은 번외 게임을 하면 웬만한 전의경 중대는 못당해낸다. 요즘 시위진압은 '인내진압'이라고 하는 소위 '몸빵'식 진압이 많아서 직원기동대를 1선에 세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또한, 그들은 전의경 같은 애매모호한 경찰이 아닌 제대로 된 '경찰공무원'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응과 조치가 가능하다. 단점이라면...군인이 아니기 때문인지 몸을 많이 사린다-_-; 정말 위험한 순간에는 뒤로 내빼는 모습을 현역 때 많이 봤다. 동료들과 마구 욕하곤 했지만, 집에 처자식이 딸린, 단순히 근무의 일환인 직업경찰관들에게는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그에 반해, 같은 상황에서 전의경들은 군인이기 때문에 무식하지만 용감하다(?).
직원들과 대원 등 고생하는 많은 이들에게, 시청광장과 광화문광장에도 하루빨리 다시 안식이 찾아왔으면 싶다. 간간히 들리는 익숙한 무전을 보면, 음어도 내가 전역한 후에 바뀌지 않은듯 싶다. 근무 시에 마주치면 덜덜 떨었던 종로경찰서장님도 시위대 사이에 들어가서 봉변당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에게도 그 분은 옆집아저씨같은 존재일 뿐인데, 왜 아직도 내 가슴이 철렁하는 걸까.
현역 때의 기억을 되돌이켜보면, 종로경찰서장이란 자리는 승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서울시내 31개 서장 간에 굳이 서열을 세우자면 거의 1, 2등을 넘나드는 요직. 종로경찰서 관내에 미대사관과 청와대, 서울지방경찰청, 각 국의 외교공관 등 중요시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경비경찰로서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 가끔 무전망에 직접 송출하시는 것 들으면 긴장하곤 했는데...
여기서 무슨 정치적인 입장을 세우거나, 평가하고 싶지는 않고, 시위를 위해 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뛰쳐나온 분들이나, 그 분들과 대치하며 서있는 경찰이나...참 슬프디 슬픈 연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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