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이제 이틀정도 밖에 못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일주일정도 남았는데?"
"제가 내일모레 2차휴가 나갑니다. 저 들어오면 아마 제대휴가중이실 겁니다."
"아...그렇게 됐구나."
엊그제 일석점호가 끝나고 행정반에서 기율경 근무일지를 정리하는데, 8개월 차이나는 행정반 후임이 말을 걸었다. 아쉬웠다. 정말 내가 그렇게 밖에 안남았나 싶기도 하고.
"저는 덕분에 신병 때 울기도 했는데."
"뭐? 내가 널 울렸다고?"
갑자기 옆에 있던 다른 행정반 막내후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난 누구한테 한두대 맞아보고 욕먹긴 했어도, 내가 후임에게 그렇게 한적은 없었는데...순간적으로 내 지나간 군생활을 돌이켜보며 그렇게 못되게 군적이 있었나 되돌아봤다.
"아, 그런 말이 아니라...예전에 저 신병으로 소대에 들어와서 용산에서 철야근무할 때 같이 근무서면서 부모님 얘기하셔서 많이 울었다는 말입니다."
휴, 다행히 난 내가 당한 짓은 되풀이 하지 않은 착한 선임(?)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후임이 말해준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초중순. 2009년 초에 발생한 용산참사의 여파로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대병원에서도 무한근무를 설 무렵, 철야근무를 나갔다. 그곳에서 지금은 행정반 막내인 후임과 2인1조 근무를 서며 새벽에 이런저런 내 군생활 얘기, 인생얘기를 해주다가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난 별 생각없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을 훔치는 녀석. 군인에게, 특히 신병에게 가장 민감한 자극은 바로 '가족'이란 부분이다.
그랬던 녀석이 이젠 행정반에서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해내고 있다. 누군가가 가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서 계속 돌아가는게 군대이고, 사회이다.
나도 어서 내 보직을 후임에게 줘야하는데..그 날이 얼마 안남았다.
정든 후임들과의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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