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없으면 가장 허전한 것. 그것은 바로 mp3p. 한시도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건 어쩌면, 아니 그냥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독도 꽤나 오랫동안 지속된 중독. 벗어나려고 노력해봤는데 잘 안된다.
내 mp3p에는 오로지 3개의 장르 음악이 있을 뿐이다. Rock이 한 85%, Trance Techno를 비롯한 Dance가 12%, 그냥 Pop이 한 3%. 딱 이 세가지 장르만 가득하다. 편식이 나쁘듯, 편중된 음악적 취향은 결코 자랑이 아니지만, 지금의 내가 이러하다. 뭐 가끔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면서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다보면 "난 이거밖에 안들어, 나머진 다 쓰레기야."라고 외치는 안타까운 글들이이 더러 있으나 별로 신경은 안쓴다.
여튼, 이 세가지 중에서도 압도적인 비율로 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은 바로 Rock이다. 뭐 여기서도 장르를 헤집고 들어가면 할 얘기가 많아진다. 대부분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은 Post-grunge, Punk, Industrial, Nu metal, Post-hardcore 쪽이다. 이런 음악들을 우연히 접하고 빠지기 시작한 것도 거슬러 올라가자니 꽤 어릴 때다. 대략 12년전, 대략 초등학교 5학년 때.
그저 충격이었다. 우연히 케이블TV의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Orgy의 Blue Monday 뮤직비디오. 당시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섹시(?)한 그 느낌에 빠져들었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의 음악. new music. 안되는 영어로 인터넷을 통해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고, mp3를 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Orgy - Blue Monday
이로부터 시작된 락음악과의 인연은 어느덧 만 13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24년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 한 시도 떨어져 있던 적이 없다. 이 음악으로 인해 난 기뻤고, 슬펐고, 행복했다. 대학교 입학 후에는 항상 동경해왔던 무대위의 기타리스트가 직접 되어 공연도 몇번 했다. 락음악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정녕 내게 락큰롤은 무엇인가?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 세상 사람들에게 락큰롤은 무엇일까?
RATM 앨범커버
Rock음악(이 글에서는 광의(廣意)의 Rock을 뜻함)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었다. 폭력, 마약, 섹스, 반정부주의, 사탄숭배 등 여러 밴드와 음악에 이런 수식어들이 함께 했다. 물론, Christian Rock이라고 부르는, 매우 건전한 가사로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밴드들도 있다. 이처럼 Rock은 같은 장르 안에서도 수 많은 variation을 갖고 있는 놀라운 음악이다.
- 그렇다면 난 무엇때문에 Rock에 빠져서 사는걸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매료돼서? 아니다. 난 가톨릭 신자이지만 흔히들 'Anti-Christ'로 몰아세우는 Marilyn Manson을 좋아하며 그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한다. 영어로 노래하니깐 한국인인 내게 가사전달력(?)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않냐고 몰아세울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난 Rock에서 열정, 힘, 생명력을 느낀다.
가슴 한 켠에 울려퍼지는 박력있는 스네어와 베이스 드럼소리, 지글지글거리며 쭉쭉 뻗어가는, 디스토션 걸린 화끈한 기타리프, 곡 전체를 받쳐주는 웅장한 베이스 라인, 호소력 있는 보컬....
위의 것이 내가 Rock을 듣고, 좋아하고, 연주하는 이유이다. 해석은 나의 것이다. 제 아무리 가사 대부분을 anti-christ를 부르짖어도 내가 그 곡에서 젊음을, 생동감을, 열정을 느꼈다면 그만이다. 어쩌면 원작자 입장에서는 좀 섭섭할 수도 있겠다.
음악의 재해석.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주체적인 인간이 돼라'라고. 음악도, Rock도 그러하다. 굳이 원작자가 전하려는 뜻을 캐치하지 못하더라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본다. 그 음악에서 다른 어떤 것을 느끼고 가슴이 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그 다른 해석에 타인이 공감한다면 금상첨화.
Rock은 언제든 날 가슴뛰게 해준다. 슬픔을 반감시켜주고, 기쁨을 배가시켜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렇게 너무나 좋아서 여타 프로밴드들처럼 직업으로 삼을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내겐 그렇게까지 될 재능이 없는 것 같았고, 설령 내가 한들 '단지 좋아서 하는 음악'이랑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음악'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난 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을 져버리고 전자를 택할 용기가 없었다.
Rock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Oasis의 멤버 노엘 갤러거는 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정말 그래요 :)
난 즐기고 싶다. 지금도 즐기고 있다. 계속 많은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만으로는 내가 이 음악에 대해 갖는 애정도가 얼마나 큰지 쉽게 표현이 안된다.
'Rock은 저항의 음악이다, 악마의 음악이다, 젊음의 음악이다,....XX의 음악이다'
정말 수 많은 정의들이 존재한다. 나에게는 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다 틀린 말이기도 하다.
Rock은 그냥 Rock이다. 내가 이 세상을 뜨는 그 날까지 계속 함께 할 바로 그 음악.
l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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