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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내가 공부를 하겠다며 깝죽대는 이유

by hyperblue 2010. 5. 16.
제대하자마자 하루종일 학교도서관에 있다가 출퇴근하기를 반복하자니 기분이 좀 그렇다. 원래 기분같아서는 여행도 가고, 이거저거 많이 하려고 했지만 제대휴가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직면한 현실의 높은 벽을 보았다. 결국 난 공부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쓸쓸히 도서관을 오가고 있다.

진지하게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해봤고, 내가 잘 하는게 무엇인지도 생각해봤다. 글쎄...아직 내가 날 잘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노래로 돈을 벌 수 있을만큼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연예인이 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만큼 끼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세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음악적 재능도 없다. 그렇다고 머리가 아주 비상하지도 않다.

결국 내가 이 날 이 때 까지 해온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엉덩이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부밖에 없다. 겨우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가지고 어디가서 '난 공부했다.'라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그런 절대적인 정도의 비교를 떠나서 나라는 인간이 가진 재능의 '비교우위'를 따져봤을 때, 내게는 공부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게 바로 경제학에서 다뤄지는 '비교우위' 개념과 약간은 뜻이 통하는 선택이 아닐까. 나의 그 어떤 것도 세상에 널리고 널린 특출난 사람들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갖진 못하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재능(?)'중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공부 밖에 없다는 것.

학교 중앙도서관에는 이상하게 이런 '비수기'에도 사람이 꽤나 많다. 나처럼 칙칙한 고학번도 많이 눈에 띄지만, 딱 봐도 앳되어 보이는 1학년들이 더러 보인다. 좀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 '그 때가 아니면 하지 못하는', 공부가 아닌 많은 것들이, 해야 할 경험이 산재해있는데 무엇이 이들을 칙칙한 도서관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인가.

날이 가면 갈 수록 화창해지고, 친구들의 유혹은 시작되었다. 나도 나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웃기는 행태(?)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란 것을. 그래도 도가 지나치게 나태해졌을 때, 이 글을 보면서 전역 직후의 내 생각과 마음가짐을 상기시키기 위해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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