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군생활도 약 1/3정도가 흐르고, 시위철은 잠시 정체기에 들고 우리는 '방범순찰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의 매일 방범근무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 날 이 곳으로 이끌었나. 자대전입 후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적도 숱했다. 그래도 견디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오늘 또 의경기수 883기(행정기수 924기)고참들이 전역했다. 늠름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경찰서 후문을 나서던 그들. 난 언제쯤에나 그 대열에 낄 수 있을까. 어젯밤에 나눴던 '옛날엔 그랬지-'류의 대화들을 난 언제쯤에나 수 많은 후임들 앞에서 할 수 있을까.
어제는 '북한 남침 전면태세'와 같은 뉴스 때문에 야간방범을 돌면서 영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나는 전쟁이 나면 무엇을 하게 될까'부터 '가족들은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로 머리는 뒤죽박죽. 육군군복은 집에 있는데, 참수리마크 박힌 기동복입고 총들고 나가려나. 늘 바라보던 우리경찰서 관내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건묻들도 모두 잿더미가 되겠지. 끔찍했다.
군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인내'. 아직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가슴 속에 '忍'(참을 인)을 새길 때 마다 위기는 지나갔다.
시설경비, 혼잡경비, 집회관리, 중요업무, 교통업무 등 우리는 말그대로 멀티플레이어다.
근무 도중에 따뜻한 캔커피를 쥐어주시는 시민여러분과 '추운데 고생한다'며 웃으며 지나가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난 내가 하는 일에 항상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군인들과, 비슷하고도 다른 업무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국의 5만 전의경 모두에게 함께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의무경찰 화이팅!
경찰학교에서 눈시울 붉히며 작별인사를 나눈 의경기수909(행정기수950)동기들도 화이팅!
같은 서울하늘 아래에서 근무교대를 하며 가끔 마주치는 서울의경 여러분도 모두 화이팅!
무엇보다도, 함께 동고동락하는 우리 419중대 대원들도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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